콜라 캔 뒷면의 원재료명을 들여다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카페인(향미증진제)”. 잠 깨려고 마시는 그 카페인이, 서류상으로는 ‘맛을 좋게 하는 첨가물’로 등록되어 있는 겁니다. 각성제가 아니라 조미료 취급이라니 어딘가 앞뒤가 안 맞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 분류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고, 그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유명한 실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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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첨가물의 이름은 ‘몸에 하는 일’이 아니라 ‘식품에 하는 일’로 붙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첨가물을 사용 목적에 따라 30여 가지 용도로 나눠 관리합니다. 보존료, 산도조절제, 착색료, 유화제 같은 이름들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분류 기준이 “그 물질이 사람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가 아니라 “제조사가 그 식품에 왜 넣었는가”라는 점입니다.
향미증진제는 식품의 맛이나 향미를 좋게 하거나 강화하는 첨가물을 가리킵니다. 라면 스프의 L-글루탐산나트륨(MSG), 5′-이노신산이나트륨 같은 감칠맛 성분이 대표 주자입니다. 카페인이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단순합니다. 콜라 제조사가 카페인을 넣는 공식적인 이유가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내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은 그 자체로 뚜렷한 쓴맛을 가진 물질입니다. 설탕이 잔뜩 들어간 콜라에 쓴맛을 조금 더하면 단맛이 물리지 않고 뒷맛에 각이 잡힙니다. 커피에 소금 한 꼬집을 넣거나 단팥에 소금을 넣는 것과 같은 발상입니다. 각성 효과는 이 분류 과정에서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그건 약리작용이지, 식품에서 맡은 기술적 역할이 아니니까요. 식품첨가물 용도별 분류는 식품안전나라 식품첨가물공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콜라형 음료에만, 0.015%까지
첨가물로서의 카페인은 아무 데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용 기준이 상당히 좁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용도 | 향미증진제 |
| 사용 가능 식품 | 콜라형 음료에 한함 |
| 사용량 상한 | 카페인으로서 0.015% 이하 (원료에서 유래한 양은 제외) |
| 환산값 | 음료 1mL당 약 0.15mg |
즉 에너지음료든 과채주스든, “향미증진제 카페인”이라는 명목으로 카페인을 따로 첨가할 수 있는 제품은 콜라형 음료뿐입니다. 참고로 미국 FDA의 청량음료 카페인 상한은 0.02%(1mL당 0.2mg)로, 한국 기준이 조금 더 엄격합니다.
커피에 카페인이 훨씬 많은데 왜 콜라만 규제할까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립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카페인이 콜라 한 캔보다 몇 배는 많은데, 왜 규제는 콜라를 향할까요.
답은 ‘첨가했느냐’와 ‘원래 들어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커피 원두, 찻잎, 카카오에 처음부터 들어 있는 카페인은 원료에서 유래한 성분이므로 식품첨가물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반면 콜라의 카페인은 제조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넣는 것이라 첨가물로 관리됩니다. 규제가 따라가는 것은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물질이 식품에 들어온 경로인 셈입니다.
물론 마시는 사람 입장에서 몸에 들어오는 카페인은 출처와 무관하게 똑같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별도의 안전장치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고카페인 표시와 하루 권고량
액체 1mL당 카페인이 0.15mg 이상 들어 있는 음료에는 ‘고카페인 함유’와 총 카페인 함량을 반드시 표시해야 합니다. 여기에 어린이·임산부·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를 자제하라는 문구도 함께 붙습니다. 에너지음료 캔에서 자주 보셨을 그 빨간 글씨가 이 규정에서 나옵니다.
식약처가 제시하는 카페인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은 성인 기준 400mg입니다. 임산부는 300mg, 어린이·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이 기준입니다.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하면 불안, 신경과민, 불면, 심장 두근거림 같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카페인 함량과 표시 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맛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흥미로워집니다. “카페인은 맛 때문에 넣는다”는 업계의 설명을 정면으로 시험한 연구가 있습니다.
2000년 존스홉킨스 의대의 롤런드 그리피스 연구팀이 Archives of Family Medicine에 발표한 실험입니다. 평소 콜라를 즐겨 마시는 성인 25명에게 카페인이 든 콜라와 들지 않은 콜라를 이중맹검으로 맛보게 하고, 어느 쪽인지 골라내게 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 카페인 농도 | 맛 차이를 구별해낸 비율 |
|---|---|
| 0.1mg/mL (실제 주요 콜라 제품 수준) | 참가자의 8% |
| 0.2mg/mL | 참가자의 56% |
| 0.4mg/mL | 참가자의 96% |
실제 콜라에 들어가는 수준인 0.1mg/mL에서는 집단 전체의 정답률이 53%에 그쳤습니다. 동전 던지기와 다를 바 없는 수치입니다. 농도를 확 높이면 대부분이 쓴맛과 뒷맛을 알아챘지만, 시중 콜라의 실제 농도에서는 카페인이 있으나 없으나 맛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연구팀의 결론은 도발적이었습니다. 카페인이 콜라 맛의 핵심 요소라는 제조사의 주장은 근거가 약하며, 사람들이 콜라를 계속 찾는 진짜 이유는 카페인의 기분 변화 효과와 의존성 쪽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향미증진제라는 이름표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입니다.
다만 이 연구는 20여 년 전 미국에서 25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카페인이 단맛·산미와 어우러져 만드는 전체적인 풍미까지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업계와 학계의 논쟁은 지금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카페인이 향미증진제로 분류된 것은 제도가 물질의 약효가 아니라 식품 속에서의 역할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이기 때문입니다. 콜라 제조사가 “쓴맛을 내려고 넣었다”고 신고했고, 제도는 그 목적에 맞는 칸에 카페인을 넣었습니다. 그 칸이 하필 MSG 옆자리였던 것뿐입니다.
그래서 콜라 캔의 ‘향미증진제’ 표기는 거짓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이름이 카페인이 우리 몸에서 실제로 하는 일까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다음에 콜라를 마실 때, 그 쌉쌀함이 정말 맛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손이 가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