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나 음료수, 절임 반찬의 원재료명을 보다가 ‘젖산’ 또는 ‘젖산나트륨’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한 적 있으실 겁니다. 젖산이라고 하면 운동하고 나서 근육이 뻐근할 때 쌓인다는 그 물질이 먼저 떠오르는데, 왜 멀쩡한 식품에 그게 들어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운동 이야기에 나오는 젖산과 식품에 들어가는 젖산은 같은 물질이 맞습니다. 다만 우리 몸이 만드는 방식과 식품에 쓰이는 이유가 다를 뿐입니다.
목차
젖산은 원래 어떤 물질인가요
젖산(lactic acid)은 자연에서 흔하게 만들어지는 약한 유기산입니다. 이름에 ‘젖 유(乳)’ 자가 들어간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우유가 시어질 때 생기는 성분으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식품용 젖산은 대부분 옥수수 전분이나 설탕 같은 당분을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얻습니다. 유산균이 당을 먹고 젖산을 뱉어내는 과정,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아는 ‘젖산 발효’입니다.
이 발효는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 밥상 곳곳에서 늘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치가 익으면서 시큼해지는 것, 요구르트가 걸쭉하고 새콤해지는 것, 치즈와 사우어크라우트가 만들어지는 것 모두 유산균이 젖산을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즉 젖산은 인공적으로 지어낸 낯선 화학물질이 아니라, 발효식품의 신맛과 저장성을 책임져 온 오래된 성분입니다.
운동할 때 생긴다는 그 젖산과 같은 건가요
같은 물질입니다. 다만 만들어지는 곳이 다릅니다. 식품 속 젖산은 유산균이 만들지만, 운동 중에 생기는 젖산은 우리 몸의 근육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오래된 오해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흔히 “운동하면 젖산이 쌓여서 피로하고 근육이 아프다”고 알고 있지만, 최신 운동생리학은 이 통념을 상당 부분 바로잡고 있습니다.
- 젖산은 노폐물이 아니라 에너지원입니다. 과거엔 무산소 대사의 찌꺼기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심장·간·다른 근육, 심지어 뇌까지 이동해 다시 연료로 재활용되는 유용한 물질로 밝혀졌습니다.
- 운동 이틀 뒤의 근육통(알 배김)은 젖산 탓이 아닙니다. 젖산은 운동 후 1~2시간이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지연성 근육통은 미세한 근섬유 손상과 염증 반응 때문에 생깁니다.
- 피로를 부르는 진짜 원인은 수소이온(H⁺)입니다. 젖산이 만들어질 때 함께 나오는 수소이온이 근육 내부를 산성으로 만들어 근수축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젖산 자체가 범인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정리하면, 운동 속 젖산과 식품 속 젖산은 화학적으로 동일한 물질이지만, ‘피로의 주범’이라는 이미지는 사실 오해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식품에 젖산이 들어 있다고 해서 몸에 피로가 쌓이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식품에 젖산을 넣는 이유
식품업체가 젖산을 첨가하는 데는 분명한 기능적 이유가 있습니다.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역할 | 하는 일 | 주로 쓰이는 식품 |
|---|---|---|
| 산도 조절제 | 부드럽고 은은한 신맛을 내고 pH를 알맞게 맞춤 | 음료, 과일주스, 소스, 유제품 |
| 보존료(방부) | 부패균·병원성 미생물 증식을 억제해 유통기한 연장 | 육류·가금류·수산 가공품, 청주 |
| 영양 강화제 | 젖산칼슘·젖산철 등으로 미네랄을 보충 | 건강음료, 다이어트식품, 유아식 |
| 조직 보강·보습 | 절임·통조림의 아삭한 조직을 유지하거나 면의 수분을 잡아줌 | 단무지 등 절임류, 통조림, 면류 |
특히 보존 기능이 중요합니다. 젖산은 미생물이 살기 어려운 산성 환경을 만들어 식품이 쉽게 상하지 않게 합니다. 발효식품이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오래 보관됐던 비결이 바로 이 젖산의 방부 효과였습니다. 오늘날 식품에 젖산을 넣는 것은 이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젖산이 들어간 대표적인 식품
알게 모르게 우리는 젖산을 매일 먹고 있습니다.
- 발효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경우: 김치, 요구르트, 치즈, 사우어크라우트, 청국장 등 — 유산균이 발효 과정에서 젖산을 만들어냅니다.
- 첨가물로 넣는 경우: 탄산·이온음료의 산미, 소스·드레싱의 새콤함, 육가공품의 보존, 절임 반찬의 아삭함 유지 등에 쓰입니다. 원재료명에 ‘젖산’, ‘젖산나트륨’, ‘젖산칼슘’ 등으로 표기됩니다.
먹어도 안전한가요
젖산은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 쓰는 물질이자, 발효식품을 통해 인류가 오랫동안 섭취해 온 성분입니다. 국내외 식품 당국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식품첨가물로 관리되며, 통상적인 식품 섭취 수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도 조절제나 보존료로 쓰이는 양도 극히 소량입니다. 다만 개별 건강 상태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재료명에 젖산이 있으면 인공첨가물인가요?
대부분은 옥수수·설탕 같은 천연 원료를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만든 것입니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낯선 물질’이라기보다, 발효로 얻는 자연 유래 성분에 가깝습니다.
Q. 젖산을 먹으면 몸에 젖산이 쌓여 피로해지나요?
아닙니다. 식품으로 섭취하는 젖산의 양은 매우 적고, 애초에 젖산은 피로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재활용되는 물질입니다.
Q. 젖산과 유산균은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유산균은 젖산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이고, 젖산은 그 결과물인 ‘물질’입니다. 젖산이 있다고 해서 살아있는 유산균이 들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무리
젖산은 운동할 때만 떠오르는 물질이지만, 사실은 김치와 요구르트를 익게 하고 음료의 새콤함을 만들며 식품이 상하지 않도록 지켜온 오래된 조력자입니다. 원재료명에서 젖산을 마주치더라도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발효라는 자연의 지혜가 식품 속에 담겨 있다는 표시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