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황색소란? 단무지·바나나우유의 천연 노랑과 안전성 논란

노란 단무지, 바나나우유의 노란빛. 이 색을 내는 대표적인 천연 색소가 치자황색소입니다. 치자나무 열매에서 얻는다니 안심이 되지만, 사실 안전성을 두고 전문가 의견이 갈리고 미국에서는 식용 색소로 정식 승인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천연이니까 안전하다’는 통념을 다시 보게 하는 치자황색소의 두 얼굴을 정리해 드립니다.

치자황색소란? 치자 열매의 노랑

치자황색소는 치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 노란색 색소입니다. 치자는 예로부터 한약재와 염료로 쓰여 온 식물로, 한국과 일본에서 특히 식품 착색에 널리 활용돼 왔습니다.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노란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디에 쓰이나

  • 단무지 — 노란색의 대표 사례
  • 바나나우유·가공유
  • 과자류·면류·떡류

선명한 인공 노랑보다 부드러운 색을 낼 수 있어, ‘천연색소’를 내세우는 제품에서 즐겨 씁니다.

안전성 논란 — 갈리는 의견

치자황색소는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립니다.

  • 안전하다는 견해 — 치자는 오랜 세월 한약재·식품으로 쓰였고, 뚜렷한 독성·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 — 일본에서 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적이 있고, 추출·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이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 FDA가 치자황색소를 식용 색소로 승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이는 ‘유해함이 입증돼서’가 아니라, 미국 기준에 맞는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고 복합 추출물이라 표준화가 어렵다는 이유에 가깝습니다. 즉 ‘위험 확정’도 ‘안전 확정’도 아닌, 판단이 진행 중인 색소인 셈입니다.

‘천연이니까 안전’하다는 오해

치자황색소는 ‘천연=안전’이라는 통념이 항상 옳지는 않음을 보여 줍니다. 천연 원료라도 추출·가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특정 성분을 과다 섭취하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천연색소가 과잉 섭취 시 건강 위험과의 연관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료가 천연이냐가 아니라 어떤 성분이 얼마나 쓰였는지입니다.

같은 노란색이라도 영양강화를 겸하는 비타민B2(리보플라빈) 같은 색소가 있고, 붉은 천연색은 곤충에서 얻는 코치닐색소가 있습니다. 색소 전체 지도는 식용색소 종류·안전성 정리에서 확인하세요.

치자 하나에서 색이 셋 나오는 이유

치자에서 얻는 색소는 노랑만이 아닙니다. 같은 열매에서 황색·청색·적색이 모두 나오는데, 색이 갈리는 지점은 원료가 아니라 만드는 방법입니다.

색소만드는 방법핵심 성분
치자황색소치자 열매를 물이나 주정으로 추출크로신·크로세틴(카로티노이드 계열)
치자청색소추출물의 제니포사이드를 분해해 얻은 제니핀에 아미노산을 반응시킴제니핀과 아미노산의 반응 생성물
치자적색소같은 계열 성분을 효소로 분해한 뒤 단백질 분해물과 반응시킴이리도이드 유래 반응 생성물

정리하면 노란색만 열매의 색을 그대로 뽑아낸 것이고, 파랑과 빨강은 열매에 원래 없던 색을 반응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치자 열매를 아무리 짜도 파란 즙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반응에 아미노산이 쓰이므로, 같은 ‘치자’ 이름을 달고 있어도 청색소와 적색소는 제조 공정이 훨씬 깁니다.

어묵에서 실제로 세어 보면

치자 계열이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곳은 의외로 음료가 아니라 수산 가공품입니다. 식품안전나라 품목제조보고에서 어묵 8,032건과 탄산음료 2,319건을 집계한 결과입니다.

표기어묵탄산음료
치자황색소79건9건
치자그린색소29건1건
치자적색소20건1건
치자분말11건1건
치자청색소1건17건

어묵에서는 노랑과 초록이, 탄산음료에서는 파랑이 주력입니다. 초록색은 별도의 녹색 색소가 아니라 치자에서 얻은 노랑과 파랑을 섞어 만드는 경우가 많아, 어묵의 완두콩·시금치 색을 흉내 낼 때 자주 등장합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표기의 다양함입니다. 어묵 쪽에서만 치자가 들어간 원재료명이 열여섯 가지로 갈렸습니다. 치자황색소·치자그린색소·치자적색소 같은 표준적인 이름 외에 천연치자색소, 치자엘로우, 치자그린, 치자녹색소처럼 제조사마다 다르게 적은 표기가 섞여 있습니다. 같은 색소를 찾으려 해도 이름 하나로는 다 잡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단무지가 노란 이유

단무지는 흰 무로 만드는데도 노랗습니다. 예전에는 합성 황색 색소로 물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단무지를 비롯한 절임식품은 타르색소를 쓸 수 없는 식품으로 정해지면서 천연 황색소로 옮겨 갔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대표 주자가 치자황색소입니다.

치자황색소가 선택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산성인 절임액에서도 색이 잘 버티고, 물에 잘 녹아 담금액에 고루 퍼지며, 노란빛이 원래 잘 익은 단무지의 색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보관하는 식품이라 빛과 시간에 견디는 성질도 중요합니다.

다만 색이 진하다고 해서 더 잘 익었거나 더 좋은 무를 쓴 것은 아닙니다. 색은 첨가 여부와 양이 정하는 것이지 원료의 품질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색으로 품질을 오인하기 쉬운 식품에 타르색소를 금지해 둔 취지도 같은 맥락입니다. 관련 규정은 타르색소 정리에, 색소 전반의 표시 규칙은 식용색소 표시와 종류 정리에 있습니다.

다른 노란 색소와 무엇이 다른가

노란색을 내는 색소는 치자황색소 말고도 여럿입니다. 어느 것이 쓰였는지는 제품 종류를 보면 대체로 갈립니다. 탄산음료 2,319건과 어묵 8,032건을 집계해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노란 색소유래탄산음료어묵
식용색소황색제4호합성(타르색소)94건0건
홍화황색소잇꽃(홍화) 꽃잎46건0건
치자황색소치자 열매9건79건
카로틴색소당근·조류 등6건0건
파프리카추출색소파프리카(주황빛)0건254건

탄산음료에서는 합성 타르색소인 황색 제4호가 가장 많고, 어묵에서는 타르색소가 0건인 대신 치자황색소와 파프리카추출색소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어육가공품이 타르색소를 쓸 수 없는 식품이기 때문인데, 규정이 원료 선택을 바꿔 놓은 모습이 숫자로 그대로 드러납니다.

천연 노란 색소끼리도 성격이 다릅니다. 치자황색소는 물에 잘 녹아 담금액·반죽에 고루 퍼지고, 카로틴색소는 기름에 잘 녹아 유지가 많은 제품에 어울립니다. 홍화황색소는 음료처럼 맑은 액체에서 색이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천연 노랑’이라는 한 단어 안에 서로 바꿔 쓸 수 없는 성분들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공식 정보: 식품안전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